무늬 벽지가 가득한 방. 한 로봇노동자가 깨어난다. 거울 앞에 선 그는 자신을 깨어나게 해준 나비와 만나게 된다. 모든 로봇노동자는 자신의 나비가 태어나야 비로소 깨어나게 되므로, 그들은 자신의 나비에게 감사하고 최선을 다한다. 이내 관리자에게 인도된 그는 자신의 일을 열심히 시작한다. 그러나 그와 다르게 그의 나비는 단순한 일에 관심이 없다. 그는 창 밖 너머로 푸르게 빛나는 하늘을 향해 날고 싶고, 그의 이상향인 꽃을 향해 떠나고만 싶어 한다. 나비가 날개 짓을 해야 앞을 볼 수 있는 로봇은 나비가 날지 않고 하늘만 바라보자 관리자에게 들킬까봐 한숨만 쉰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던 관리자는 로봇의 나비에게 특별한 교육이 필요함을 느끼고 행동에 들어간다.
연출의도
사람은 누구나 꿈이 있다. 꿈은 사람들에게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제공한다. 삶이 고단하고 힘겹더라도 사람들은 저마다의 꿈을 가지고 현실을 이겨나간다. 그러나 때가 되면 현실은 꿈을 가지고 살아갈 것인지 포기할 것인지를 선택하게 하는 잔인한 시험을 치르게 한다. 그리고 정답을 선택할 때 때때로 나 자신 외에 또 다른 존재가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영향은 생각보다 강력하다. 이러한 또 다른 존재가 물질적인 가치만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사회라는 생각을 해보았고 그 상징으로 매니저라는 캐릭터를 등장시켰다. 이에 반해 화려한 색상의 나비는 사회구성원 개개인의 이상, 참된 가치를 의미하고 무채색의 로봇은 체제 순응적인 우리의 현실이다. 나비와 로봇이 한 몸으로 구성되는 아이러니한 조합은 언제나 이상과 현실 속에서 갈등하는 우리의 자화상이라 할 수 있다. 소중한 인생 속에서 참된 가치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 가치에 대해 얽혀있는 사회와 사회성원간의 이해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