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신의 복제와 결합한 후 시공을 뛰어넘는 차원으로 이동하게 된 광물 덩어리이자 데이터 조각, 신적 존재인 페트라 제네트릭스.
크립토밸리의 해안가에 불쑥 내던져져 눈을 뜬다. 이곳에도, 저곳에도 속하지 않은 경계의 땅, 즉, ‘섬’이다.
페트라는 다시 한 번 이주의 심사를 경험하며, 이주자를 외계인 또는 바이러스로 간주하는 이주당국의 처사 앞에 놓인다.
심사 실패 후 스마트그리드에 구금된 페트라는,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보호소를 탈출할 수 있게 되고,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따라 섬 내부로 이동하자,
동굴 속에서 영겁의 세월을 지내 온 데이터센터이자 ‘어머니 바위’라는 초월적 존재를 만나게 되는데…
연출의도
<다공성 계곡 2: 트릭스터 플롯>은 <다공성 계곡: 이동식 구멍들>(2017)의 후속작으로, 전작에서 보여준 '페트라 제네트릭스'라는 광물이자 데이터 클러스터가 이주하는 여정의 연장선상에서, 난민과 데이터의 이주를 다양한 층위로 중첩시켜 픽션으로 풀어낸 작업이다.
전작 <다공성 계곡: 이동식 구멍들>(2017)에서 연장된 이 사변적 픽션에서 페트라 제네트릭스 - 광물이자 데이터 클러스터는 또다시 고단한 이주의 여정에 놓이게 된다.
2018년, 예멘전쟁을 피해 한국에 도래한 예멘 난민들의 이주와, 이제는 물리적 이주와 불가분의 관계가 되어버린 데이터의 이주 양쪽을 중첩시킨다.
페트라가 당도한 크립토밸리라는 가상의 시공간에서, 페트라/난민들은 존재와 비존재 사이 어딘가에 애매하게 위치하고 있으며, 시스템을 위협하고 교란하는 멀웨어처럼 다루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주민, 난민, 광물, 데이터 등이 넘나드는 이 견고한 땅과 국경이라는 개념을 돌아보면, 지각판 그 자체가 영원히 움직이고 있는 주체라는 데에서 허물어져 내리는 견고함이다. 이 작업은 땅과, 지층과, 많은 에이전트들의 이동과, 이를 가로막거나 허용하는 경계와 공생에 대해 생각한다.
1편의 마지막에서, 자기 자신의 복제와 결합한 후 시공을 뛰어넘는 차원으로 이동하게 된 페트라. 크립토밸리라 불리는 섬의 해안가에 불쑥 내던져져 눈을 뜬다. 이곳에도, 저곳에도 속하지 않은 경계의 땅, 즉, ‘섬’이다. 페트라는 다시 한 번 이주의 심사를 경험하며, 이주자를 외계인 또는 바이러스로 간주하는 이주당국의 처사 앞에 놓인다. 심사 실패 후 스마트그리드에 구금된 페트라는, 순간 어떤 환청과 환영을 경험한 후 보호소를 탈출할 수 있게 되고,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따라 섬 내부로 이동하자, 동굴 속에서 영겁의 세월을 지내 온 데이터센터이자 ‘어머니 바위’라는 초월적 존재를 만나게 되는데…(트릭스터란, 도덕과 관습,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는 신화적 존재를 의미한다.)
페트라의 침입은 공격이 아니라 제노트랜스플랜테이션(xenotransplantation)이자 이종교배/미시지네이션(miscegenation)이다.
유기체, 신체로서의 섬, 국가, 땅, 이 거대한 유기체가 살아남기 위해 불가피한 이종이식. 이는 일시적으로 면역을 붕괴시키고 생체/에코시스템 장애를 일으키지만, 결국 이러한 혼종화를 통해서만 살아남을 수 있는 솔루션. 섬은 하나의 생명체이다. 지각판 자체가 이주하고 있기에, 좌표도 위도도 자꾸만 바뀌는 움직이는 섬에서 페트라의 시드는 허약해진 섬의 개체들에게 이보다 나을 미래를 약속할 유일한 불가피성이다. 페트라는 섬 전체를 네트워킹하는 어머니바위의 데이터와 결합하고, 결국 그 지하의 바위라는 물질성으로부터, 가장 오래된 지구의 물질로부터, 환경 그 자체인 에인션트 클라우드를 구성하는데 기여한다.
영화제 상영 및 수상작
제70회 베를린 국제영화제(2020)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2020)
제22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2020)
제8회 디아스포라영화제(2020)
제2회 평창국제평화영화제(2020)
제21회 샌디에이고아시아영화제(2020)
SFP Sharjah Film Platform(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