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6년, 작가 이상(李霜)은 여느 모던 보이들의 로망처럼 ‘동경행’을 시도하나 수차례 실패 한다. 허나, 실패의 시간들에 주목했던 것이 그의 시와 소설이라면, 동경행의 반복된 실패는 우연이면서, 동시에 필연일지도 모른다. 영화는 1937년 4월, 동경부속병원에서 객사하기 직전의 반복되는 실패의 시간들을 추적한다. 세계의 시간 속에 머무르지 않고 실패하는 ‘시간 사이’를 반복하는 이상은 현재까지도 서울 종로에서 유령처럼 떠돌아다닌다. 영화 속 내레이션과 자막 등은 모두 이상 (관련) 텍스트에서 인용한 것이다.
연출의도
경성/동경, 거울 밖/거울 안, 뚫린 골목/막힌 골목, 김해경/이상, 무서운아해/무서워하는아해 ‘사이에서’ 미끄러지며 불투명하게 떠돌아다니는 이상의 텍스트, 그리고 그 텍스트를 자신의 삶으로 만든 이상을 그려내고 싶었다. 이 영화는 1930년대부터 현재까지 이상의 반복되는 실패의 텍스트와 시간을 탐험하는 ‘일종의 SF 영화’이기도 하다. 아이폰4의 아날로그 8mm 필름 어플로 디지털 촬영을 했는데, ‘사이-텍스트’로서의 이상의 삶처럼 영화의 포맷도 아날로그/디지털 ‘사이’를 떠돌아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