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담은 영화를 함께 만들기로 약속했지만, 난민 심사에 떨어진 후 야스민은 제주를 떠나게 된다. 그녀가 남긴 편지를 친구들에게 전달하며 마주한 것은 곧 사라질 풍경들과 돌아올 곳을 잃은 존재들이 만들어낸 지도이다.
연출의도
섬에 두 번째 공항을 짓기 위한 공사가 시작될 무렵, 내전 중인 예멘을 떠난 야스민은 여러 나라를 거쳐 제주도에 도착했다. 비슷한 시기에 들어온 예멘인 549명의 난민 신청은 한국사회의 큰 쟁점이 되었고 이들을 향한 차별과 혐오에 지쳐가던 그녀를 만나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사람이 머물고 떠나는 것이 다른 누군가의 판단으로 결정된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나는 작은 변화라도 만들기 위해 야스민과의 공동작업을 계획했지만, 그녀가 갑작스레 육지로 떠나며 작업은 무산되었다. 제주에서의 일상을 기록하던 야스민의 카메라에 남겨진 편지는 또 다른 머물지 못할 존재들과 그들의 자리를 지키려는 친구들에게 전해진다. 편지가 전해지는 길 위에서, 그들의 공간에서 오가는 미묘한 파장을 영화로 기록해보고 싶었다. 사건으로 남거나 구호로 외쳐지기 전, 그 자리에 있기에 느낄 수 있는 교류, 관계 그리고 상호작용 같은 것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