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지구연합이 된 2025년 한국, 가상화폐와 등급, 가상공간의 채널로 나뉜 삶을 사는 사람들과 대신 여행 스트리밍을 하는 트래블러 '목희', 그리고 그 여행 경로를 <트래블로>라고 한다.
가상여행 업무를 의뢰받던 중 ‘벌구’라는 남자의 어린시절 집 방문을 외뢰받게 된다. 불길한 느낌이 들지만 그 집에 가게되고 그 곳에서 기다리는건 동물과 자연의 신을 숭배하는 집단의 수장 벌구와 같은 이유로 그와 동거하게된 집단의 실질적 행동대장 격인 여자 ‘영신’, 그리고 노예로 일하는 나이와 신원불명의 등이 굽고 움직임이 침팬지 같은 ‘인간쥐’, 그리고 작고 하얀 쥐들이 우글거리는 집이었다.
목희는 협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그들의 탐욕 식단을 먹게 되고 영신이 탄 환각제로 인하여 목희는 벌구와 영신이 만든 약에 의해 환각에 빠지고 그 속에서 꿈을 꾼다.
이후 그들의 종교적 이념에 대한 논쟁과 갈등은 심화되고, 벌구와 영신은 자연을 자신들의 방식으로 해석하여 자신들의 소굴에 온 모두가 강압적으로 복종하길 바라는 입장, 목희는 꿈 속에서 본 통계로 치부되는 사람들 개인의 경시되는 생명이 이런 맹목적인 신앙으로 인한거라는 입장으로 대립된다.
결국 목희는 4채널의 딥월드에서 터전을 꾸린 이들을 인간쥐와 소멸시킴으로서 가상세계의 블랙홀 속에 갇히게 만들고, 이로 인해 노예에서 해방된 인간쥐를 데리고 목희는 빠져나가려고 하나 권력욕심을 가지고 계급의 계층이동을 꿈꾸던 인간쥐는 이를 거부한다.
목희는 그 곳에 있던 쥐 한마리를 데리고 다시 1채널로 빠져나온다.
남아있는 인간쥐는 벌구와 영신이 그랬던 것처럼 정신이 빠져나가 육체만 남은 벌구와 영신을 노예처럼 부리며 혁명을 일으키지만 권력자가 된 후 또 다른 트래블러인 ‘마리아’를 다시 불러들이며 똑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이제 목희는 이젠 사람이 없어진 도시와 숲 곳곳을 걷고 여행하며 남에게 대리로 여행을 맡기는 게 아니라 직접 걷는 것의 의미를 느낀다. 그러면서 데리고 나온 작은 쥐를 자연에 풀어준다. 이를 본 목희도 자신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라 여기며 어둡고 암울한 도시의 풍경과 반대되는 자연 속의 길들을 걷는다.
그리고 생각한다.
채널을 넘나들고, 공간을 넘나들고, 그 속에서 또 꿈을 넘나드는 복잡한 세상의 영역도 사실 하나로 묶여있고 속해 있으며, 인공으로 도시를 이룩하고 가상공간을 만들지만 결국 우린 자연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것을.
한편으론 허무하고 고독하기도 하지만 변하지 않고 있어주는 자연 속에서 평온함을 느낀다.
연출의도
현 시대에 우리가 맹신하고 있는 무언가는 정말 절대적으로 옳은 것이고 그에 따른 희생은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하는 것인가? 우리는 왜 모두의 행복을 위해 살아가면서 누군가의 삶을 뺏어서 행복을 충천해야 하는가? 우리의 역사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발전되어 왔고, 수많은 대중들과 권력자들의 관계에선 무엇이 있었으며 혁명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결과는 어떠했는가?
그 물음에 관하여 '이념'이라는 두 글자로 귀결되었으며 그 것에 대한 '맹신'이 만든 비극이 우리의 거대한 역사 속에 존재했고 일상에서도 크고 작은 갈등을 빚어낸다.
인간의 삶을 위하여 이룩한 문명이 자연을 파괴하고 인간에게 편리한 세상을 구축해나가고 있지만 과연 그게 보편적인 인간들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극 소수의 권력자를 위한 피라미드 시스템 구축인가 하는 지점에서 보면 우리는 그것이 후자라는 것을 피부로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결국 정해진 수명과 유한한 삶이 부여된 인간은 자연으로 돌아가기 위한 시간을 견뎌내고 있고 그 시간과 공간을 우리는 어떻게 누리고 있는지, 그리고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하는 시간을 국내 여행을 하며 느낄 수 있었다.
채널이라는 나뉘어진 가상의 공간이지만 어쩌면 서울이라는 도시 안에서 구 별로 나뉜 영역에서 만들어지는 일종의 계급, 그리고 속에 속한 다양한 집단 속에서 만들어진 위계의 문화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기능되어지고 그 속에서 과연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자유가 얼마나 있는가 사유하게 된다.
그렇게 역사 속에 인류 문명을 지탱해온 거대한 이념과 그 속의 개인과 계급이 어떻게 반복되고 있는지 디스토피아를 빙자한 작은 우화를 이용해서 이미지로 구현하고 싶었다.
이 이야기를 통하여 첫번째로는 이 속에 담긴 세상이 이 영화를 보는 우리의 세상과 얼마나 다른가, 혹은 얼마나 같은 가를 생각 해보고, 나는 과연 속해 있는 환경이나 맡고 있는 직책에서 자유롭게 한 인간으로서 무한한 자유의지를 펼치고 있는가, 혹은 가상이라는 전제를 통해 내가 스스로 제한하고 있던 삶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고 다른 채널로 빠져나와 볼 수 있는 의지를 되새겨 볼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그리고 연출자가 아닌 관객으로서 스스로 보고 싶은 영화를 구현 해보고 싶은 개인적인 욕망도 매우 컸다. 이 욕망에 공감하는 관객이 존재한다면 후에 많은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화두를 통해 소통하며 나와는 다른 채널 속에 살아가는 이들과 소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감독작품경력
[트래블로](2022)
[영혼의 순례길](2021)
[산맥](2021)
[넌 이걸 왜 하고 싶니?](2020)
[변방의 햄릿](2020)
[수신자](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