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생명이 커가면서 필요한 물건들부터 돌아가신 분들이 남기신 물건까지.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부서지고 소멸하는 물건들은 사람의 곁에서 공간을 채우고 시간을 함께합니다. 따라서 누군가의 가방 속 소지품을 들여다보는 일은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들여다보는 일과 같기도 하지요. 영화는 이처럼 소유하거나 소비하고, 버리거나 잊으면서도, 우리가 누구인지를 드러내는 수많은 물건이 가진 저마다의 상징과 기원, 소멸을 사려 깊게 이야기합니다. 독수리가 들려준 세상의 이야기를 담은 돌은 부서져 분가루가 되고,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잘린 채 산산조각이 되어버린 소는 작은 지갑이 됩니다. 생명이 자라고 늙고 죽은 땅 위에, 나무들은 상처 입고 벗겨진 채 여행을 다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담는 종이가 되지요. 그렇게 다가온 일상의 사물들은 다시 소멸의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이 영화는 소유한 물건의 개인성은 물론 우리 주변을 채우고 있는 수많은 물건의 역사와 순환에 대해 담고 있습니다. 섬세한 스톱모션 기법을 통해 펼쳐지는 사물들의 기원과 소멸의 과정은 끊임없이 소비하고, 파괴하는 인간으로서 우리의 삶과 존재에 대해 성찰하게 합니다. 또한 한발 더 나아가 지구의 문제와 환경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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